본문 바로가기
문학

[책]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 잰디 넬슨

by 그좋소 2024. 9. 20.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35p 우리는 이 모든 사랑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하늘 아래 친언니가 하루아침에 이 세상에서 사라진 뒤 사춘기 소녀가 겪는 소용돌이를 찬란하게 지독하게 펼쳐낸 장편 소설.
책을 읽고 나는 이 아이에게 푹 빠져버렸다. 어쩌면 영화 ‘레이디 버드’가 잠시 스치기도 했었다.
마음의 복잡성에 대해 다채롭게 표현해낸 작품으로 가볍지만 물에 젓은 솜 같은 대사들로 이루어져 있어 다시 펼쳐보게 하는 책.
다시 펼치고 싶게 만드는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좋소의 첫 번째 책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첫 번째 이야기를 책으로 시작한 이유는 나는 독서를 문장을 찾기 위해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맛을 내는 문장들을 수집하고 싶다.







9p 내가 대답하자 그 애는 얼굴 근육을 있는 대로 다 써서 활짝 웃었다. 헐. 얘는 다른 세계에 있다가 돌풍에 섞여 우리 학교에 날아들었나?



(이런 귀여운 문장을 수집하는 맛이 쏠쏠하다.)


10p 새처럼 가는 뼈대로 곰처럼 나를 껴안은 사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라가 웃음을 빵 터뜨리자 나는 내 품에 안긴 누군가가 슬픔이 아닌 웃음으로 떨고 있다는 게 낯설면서도 당황스러웠다.


24p 토비와 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 언니가 좋아하던 음악을 듣고 무수한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아주 근본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잘게 잘게 조각했다.
        나는 맞은편에서 토비를 힐끔거렸다. 평소처럼 언니가 주변에서 얼쩡거리다가 몰래 다가와 토비의 목에 팔을 두르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54p 햇살이 수백만 조각으로 부서져 모든 곳에 고루 내려앉았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내 죄의식을 제외한 모든 게 반짝였다.



98p  우리는 각자 잔디 위 아무 가구에 걸터앉아 음식을 먹었다. 바람이 좀 잦아드니 열매의 습격 없이 앉아있을 수 있었다.
         닭고기는 닭고기 맛이 나고 자두 타르트는 자두 타르트 맛이 났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재 맛이 하나도 안 날 수 있나.
        황혼이 여름 하늘을 느른하게 거닐며 분홍빛과 주황빛을 뿜어냈다. 강물이 나무 사이로 흐르며 어떤 가능성을 속삭였다……








누구나 소용돌이는 지나는 시간이 하루가 혹은 몇 년이 있을 수 있다.
만일 소용돌이를 건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가볍든 무겁든 크던 작든 모든 소용돌이 안의 사람들을 응원한다.
마음껏 무너지고 마음껏 헤쳐 나가길 그 모든 걸 할 수 없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급류 - 정대건  (1) 2024.10.03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이슬아  (9) 2024.09.24
[책] 모순 - 양귀자  (5) 202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