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간 이슬아 수필집
7p 사랑하는 것에 대해 잘 이야기라는 것은 내가 무척 잘 하고 싶어 하는 일이고 거의 매번 실패하는 일이다.
제일 좋아하는 구절을 수집하며 그좋소의 세 번째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수집해 보겠다.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고 있자면 내가 지금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고 있는 것인지 차가운 잭콕을 마시고 있는지
잘 구분을 할 수 없는 기분이다. 그렇게 너무나도 다른 감정들이 툭툭 가볍지만 묵직하게 다가오게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글들로 구성이 되어있어 마치 해결책인 양 고민이 있을 때 아주 가끔 무작정 펼친 나날들이 생각난다.
그녀의 책은 꼭 그녀를 닮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뵌 적은 없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그녀를 만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마음을 문장에 잘 옮겨 담은 것 같았다.
그런 사랑이 담긴 문장들을 지금부터 수집해 보겠다.
13p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화살기도를 해. 사주 보러온 손님들 마주하기 전에 나도 화살기도를 올리거든. 내 어리석음으로부터 나를 지켜 달라고.
14p 말실수하지 않게 해주세요. 모르는 것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부주의하게 판단하지 않게 해주세요. 빈말을 줄이게 해주세요. 안 웃긴데 일부러 웃지 않게 도와주세요. 안 좋은데 좋다고 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제 어리석음으로부터 저를 지켜주세요.
부업 전의 기도가 익숙해지자 주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기도를 하게 되었다. 창피한 것을 그만 쓰게 해주세요. 세상에 쓸모 있는 걸 쓰게 해주게요. 언젠가는 동어반복 말고 전복적인 이야기를 쓰게 해주세요. 느끼한 문장 안쓰게 해주세요. 아니 그냥 우선 꾸준히 쓰게 해주세요. 마감 시간 안 넘기게 도와주세요.
부업과 주업 이외에도 기도할 것은 물론 많았다.
여름이 되기 전에 맨손 턱걸이에 성공하게 해주세요. 제 친구 울이가 그만 아프게 해주세요. 적어도 왜 아픈지라도 알게 해주세요. 프랑스로 떠나는 나의 스승이 찬란하게 살도록 해주세요. 지나간 애인의 일상이 윤택해지도록 도와주세요. 지금의 애인이 제 앞에서 실컷 웃고 실컷 울도록 도와주세요. 탐이가 올해도 건강하고 통통한 고양이로 살게 해주세요. 엄마랑 아빠한테 항상 예쁘게 말하게 도와주세요. 바라고 기도할 만한 일들은 끝이 없었다.
(우리 바라는 것에 대한 기도에는 무엇이 들어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가족의 건강, 나의 외로움의 찬란함, 꿈, 잘 먹고 잘 자는 것에 대해?)
104p 짝사랑인은 가만히 있으면 자신의 서러운 사랑 얘기에 매몰되어버리므로, 재빨리 세상의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당신이 마음 졸이는 것보다 그가 그렇게 멋질 확률은 과여 얼마나 될까)
129p 나도 댐이처럼 많은 참고자료를 가지고 싶어서 그리고 아름다움을 잘 학습하고 싶어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노래를 듣고 여러 가지를 한다.
(춤을 추는 이유도 비슷한 것일까)
131p 어떤 사람이 너를 향해 걸어올 땐 그 사람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그리고 아빠의 아빠의 아빠의… 그 머나먼 유전자의 역사까지도 그 사람 뒤에서 함께 오고 있는 거야.
142p 행복을 찾으러 어디론가 가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앉은 자리에서 행복을 일군다.
(앉은 자리에서 행복을 일군다는 문장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167p 그들 중 몇몇은 자신이 쓴 글을 낭독하가다 종종 울기도 했다. 우는 걸 보고 곧바로 안아주고 싶은 맘을 참고, 글을 마저 읽도록 기다려주는 것도 사랑임을 나는 배웠다.
(이런 사랑들을 나는 배우고 싶어진다. 이런 사랑이라면 기꺼이 배우고 싶다. 사랑은 어려운 것이라 고개를 저으면서도)
짧은 글에서 오는 강렬한 무언가를 느끼고 싶은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지만,
짧은 글에서 오는 다정함을 느끼고픈 모든 분들에게도 추천 드립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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